포브스 명단에서 볼 수 없는 세계적 부호가 미얀마의 거물 기업인 타이자(Tay Za·48)다. 타이자는 양곤 유나이티드 구단주로 있으며 미얀마축구연맹을 이끌고 있다. 흐투 기업집단을 운영하며 보석회사부터 항공사까지 다방면에 걸쳐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미국은 타이 자와 그의 가족들이 미얀마 군부와 연루된 사실 때문에 2007년 블랙리스트에 올려 놓고 해외 자산을 동결했다.
지난 5일 서울 서대문구 NH농협금융지주 본관에서 NH농협금융지주 김용환 회장을 비롯한 임직원과 투(HTOO)그룹 우 폐표 테자(U Pye Phyo Tay Za) 회장과 임직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 네번째부터 홍재은 NH농협금융지주 상무, 우 쉐케(U Shwe Khai) 쉐잘리서비스社 회장, 김용환 NH농협금융 회장, 우 폐표 테자(U Pye Phyo Tay Za) 투(HTOO)그룹 회장, 우 투떼 테자(U Htoo Htet Tay Za) 투그룹 부회장, 아웅 퉤(Aung Htwe) 투그룹 해외사업담당 전무, 마웅 마(Maung Mar) 투그룹 고문. 2018.04.08.
미얀마 부유층의 삶
홍콩, 런던 등지에서 온 사교계 명사들이 화려한 차림을 하고 미얀마 양곤의 비포장도로를 조심조심 걷고 있었다. 움푹 패인 곳과 진창을 피하고 쓰레기 더미에서 나오는 쥐를 피해 이들이 도착한 곳은 ‘트랜짓 셰드 1(TS1)’이라는 이름이 붙은 녹슨 창고 건물이었다.
물결 모양의 철제 지붕과 녹색 외관은 이 건물을 둘러싼 낡은 부두와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하지만 TS1의 내부는 아시아에서 아프가니스탄, 네팔 다음으로 빈곤한 미얀마의 나머지 부분과는 차원이 달랐다. 미얀마 신화 속 용과 함께 어린이를 그린 현대 미술 작품이 벽을 채우고 있었고, 유명 인사들과 세계를 돌아다니는 부유한 미얀마 교포들이 샴페인을 마시고 있었다.
이 날은 전시 공간과 소매 상점을 결합한 TS1의 개업식이 열린 날이었다. 미얀마에서 가장 부유한 기업가의 막내 아들이자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공부한 이반 푼이 TS1을 창안했다. TS1은 60년에 달하는 오랜 세월 동안 군사정권의 통치를 받다가 최근 정치적, 경제적으로 큰 변화를 맞고 있는 양곤에 새로운 유행과 화려함을 불어넣길 바라고 있다.
그 화려함에는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높은 가격이 따라온다. 옆방에서는 미얀마 샨 지방의 티크 목재로 만든 벤치를 2,500달러에 팔고 있고, 블라우스 등 갖가지 상품이 TS1의 시그니처 브랜드 ‘미얀마메이드’ 상표를 달고 있다. 수천 달러짜리 가방으로 유명한 디자이너 프로엔자 슐러와 미셸 오바마, 케이트 미들턴 등이 좋아하는 네팔계 미국인 디자이너 프라발 구룽의 하이패션 쇼케이스도 이곳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푼의 비전은 새로운 미얀마의 시작에 불과하다. 잔인한 군사정권을 피해 다른 나라로 떠났던 망명자들이 귀국하면서 그 화려함과 호화로움을 주도하고, 자금을 지원하고, 또 즐기고 있다. 2011년에 군사정권이 끝나고 명목상의 민간 정부가 권력을 차지하면서 대중 집회 규제가 완화되고 외국인 투자에 대한 문호가 개방됐다. 이에 따라 서구 정부들은 대부분의 경제 제재를 해제했다. 이제 미얀마는 수십 년만에 처음으로 서구식 소비주의를 받아들이고 있으며, 푼과 그의 동료들이 그 움직임을 이끌고 있다.
싱가포르의 1인당 연간 국내총생산(GDP)이 6만2,400달러, 미국은 5만2,800달러인 데 비해 미얀마는 1,700달러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그들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TS1의 상점 바로 뒤에서는 아이들이 장난감을 찾아 쓰레기 더미를 배회하고 있다.
오랫동안 외부 세계와 단절됐던 미얀마는 수십 년 간의 고립 끝에 자본주의 요소를 받아들이면서 새로운 부를 창출했던 러시아, 베트남, 중국 등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다. 이 국가들이 문호를 개방하자 1세대 백만장자와 억만장자들이 등장했다. 일부는 합법적 사업을 통한 것이었고, 부정하거나 불법적인 수단으로 돈을 번 이들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미얀마도 예외는 아닐 것이라고 예상한다.
당국이 은행, 석유, 가스 탐사부터 휴대폰 네트워크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대해 허가를 발행하고 있어 경제 개혁으로 인한 새로운 기회가 수없이 만들어지고 있다. 부유층을 조사하는 컨설팅업체 웰스엑스는 현재 미얀마에는 투자가능 자산을 3,000만 달러 이상 보유한 초고액 순자산 보유자가 40명 정도에 불과하지만 이 숫자가 향후 10년 동안 7배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세계 그 어느 곳보다도 빠른 성장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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