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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사전

두테르테 대통령의 딸 다바오 시장 '사라 두테르테'

‘필리핀 스트롱맨’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딸, 사라 두테르테(40)가 필리핀 정계의 핵심 인물로 주목받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맏딸인 사라 두테르테는 2007년 필리핀 남부 도시 다바오 시장이었던 아버지 두테르테 밑에서 부시장직을 맡아 정치 무대에 발을 들였다. 2010년 사라 두테르테는 20년 넘게 다바오 시장직을 독점했던 아버지에 이어 다바오시 ‘최초의 여성 시장’에 올랐다.

사라 두테르테 필리핀 다바오시 시장. /다바오 시청

사라 두테르테는 2016년 필리핀 대선과 함께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다시 한번 다바오시 시장직을 거머줬다. 이후 그는 대통령인 아버지를 지원하며 동시에 자신의 정치적 세력을 강화해 왔다.

사라 두테르테는 아버지 두테르테 만큼이나 강하고 예측불가한 인물로 알려져있다. 그래서 그는 필리핀 내에서 공포의 존재이자, 존경의 대상으로 여겨진다. 최근엔 사라 두테르테가 필리핀 권력의 새로운 중심축이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아울러 두테르테 대통령까지 사라 두테르테를 차기 대통령감으로 언급하는 등 권력 세습 의지를 거듭 내비치고 있어 그의 정치 행보가 더 주목된다.

◇ 두테르테가(家) 장녀 사라 두테르테, ‘정치 텃밭’ 다바오시 시장으로

사라 두테르테는 1978년 필리핀 남부 다바오시에서 변호사였던 아버지 로드리고 두테르테와 승무원 출신의 어머니 엘리자베스 짐머만의 2남 1녀 중 장녀로 태어났다. 사라 두테르테의 부모는 2000년 공식적으로 이혼했다.


사라 두테르테 어린 시절 모습. /사라 두테르테 인스타그램

사라 두테르테가 10살 되던 해 1988년 아버지 로드리고 두테르테는 다바오시 시장으로 당선됐다. 다바오시는 두테르테가(家)의 정치 텃밭이다. 사라 두테르테의 할아버지이자 두테르테 대통령의 아버지인 비센테 두테르테는 다바오시가 다아보주(州)에서 분리되기 직전 이 지역에서 주지사를 지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다바오시 시장에 당선된 것도 아버지의 정치적 지지가 바탕이 됐다.

사라 두테르테는 시장인 아버지 밑에서 엄격한 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사라 두테르테는 올해 6월 필리핀 ‘아버지의 날(Father’s day)’을 맞아 아버지 두테르테에 감사를 표했다. 그는 "아버지는 교육과 일에 관해 내게 엄격했다. 내가 변호사나 의사가 안 되거나 우리 나라를 위해 일하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며 "나는 그 엄격함과 교육에 감사한다. 그런 아버지와 어머니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라 두테르테는 필리핀 산베다대학 법대를 졸업한 뒤 변호사로 활동했다. 2007년 동료 변호사와 결혼한 그는 그해 아버지 두테르테에 의해 부시장에 임명돼 정치 생활을 시작했다.

사라 두테르테(오른쪽) 필리핀 다바오시 시장과 그의 아버지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필리핀 대통령실

이후 사라 두테르테는 아버지의 정치 조력자로 거듭났다. 당시 이미 20년 간 다바오 시장직을 독점한 아버지 두테르테는 2010년 시장 3회 연임 제한 규정에 걸리자 딸 사라를 시장 선거에 내보냈다. 아버지의 강력한 지지를 기반으로 사라 두테르테는 32세의 나이에 다바오시 최초 여성 시장이자 최연소 시장에 당선됐다. 필리핀 매체 ABS-CBN에 따르면, 사라 두테르테는 당시 취임 연설에서 "내가 아는 가장 위대한 정치인, 아버지에게 감사를 전한다"고 했다.

사라의 3년 임기 동안 아버지 두테르테는 다바오시 부시장을 지냈고, 2013년 아버지가 다바오시 시장으로 복귀하자 사라도 부시장으로 돌아갔다. 이후 2016년 대선에서 아버지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사라 두테르테는 다바오시 시장에 출마했다. 당시 사라는 99.6%의 압도적 득표율로 다시 한번 3년 임기의 다바오시 시장직에 올랐고, 이후 대통령인 아버지를 보좌하며 세력 기반을 닦아 왔다.

◇ 아버지 못지 않은 ‘예측불가 그녀’

사라 두테르테는 ‘스트롱맨’이라 불리는 아버지 만큼이나 강하고 거침없는 언행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11년 그가 다바오 시장일 때 경찰관 얼굴에 주먹을 휘두른 일화는 유명하다.

당시 사라는 다바오시 내 철거 작업을 진행 중이던 무허가 판자촌을 찾았다. 경찰과 철거업체는 법원의 철거 명령에 따라 주민의 저항에도 무리하게 철거 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부상자가 발생하는 등 거주민과 경찰이 충돌이 격렬해지자, 사라 두테르테가 상황을 조정하기 위해 그곳을 깜짝 방문한 것이었다.

 

사라 두테르테는 경찰에 철거를 2시간 중단하고 거주민과 협상을 해보라고 권했지만, 경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사라는 현장 책임자인 경찰관 아베 안드레스에 가까이 오라고 손짓을 하더니 수차례에 걸쳐 그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당황한 경찰관은 얼굴을 감싼 채 휘청이다 병원으로 향했고, 거주민은 환호했다.

후에 사라는 변호사 출신으로서 단 2시간의 철거 유예도 용납하지 않는 것에 분노했고, 철거 현장에서 경찰의 무력 진압이 구타의 이유였다고 밝혔다.

사라 두테르테의 취미는 바이크를 타기로 알려져 있다. /사라 두테르테 인스타그램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사라 두테르테에 관해 "그(사라 두테르테)는 아버지처럼 두려움과 존경의 대상이며, 직설적이고 예측 불가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고 평가했다.

◇ 권력 승계 여부에 관심…"필리핀 정치계 ‘떠오르는 별’"

두테르테 대통령은 자신을 꼭 닮은 딸에게 거듭 신뢰를 표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올해 74세의 노장으로, 그의 6년 임기는 2022년 끝난다.

필리핀 매체 필리핀스타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해 "사라보다 차기 대통령이 될만한 더 나은 후보자를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권력 세습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첫째줄에는 사라 두테르테의 아버지 로드리고 두테르테(왼쪽) 필리핀 대통령과 어머니 엘리자베스 짐머만이 앉아 있고, 둘째줄에는 사라 두테르테(가운데) 시장과 양쪽에 그의 남동생들이 서 있다. /사라 두테르테 인스타그램

당시 두테르테 정부는 이를 부인했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후 재차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올해 초 연설에서 사라 두테르테를 칭찬하며 "‘왕조’가 나쁜 건 맞지만, 때로는 더 좋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두테르테가(家)의 권력 세습을 가능성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밀어붙이고 있는 개헌안에도 관심이 쏠린다. 개헌안에는 대통령 6년 단임제를 내각제로 바꾸고, 연방제를 도입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르면, 대통령은 4년 중임이 가능하고, 중앙정부 업무가 아닌 나머지 권한은 연방주로 개편한 지방정부에 이양된다.

개헌한이 통과되면 지방 정부의 주요 세력인 사라 두테르테가 최대 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사라 두테르테의 활발한 정치 행보도 주목받고 있다. 그는 다바오에서 지역정당을 창당했고, 21년 간 필리핀을 철권통치했던 페르디난도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장녀는 아이마 마르코스를 자신의 편으로 포섭, 세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보였다.

아울러 필리핀 정계에서는 앞으로 사라 두테르테가 필리핀 권력의 핵심 인물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필리핀의 유명 칼럼니스이자 데 라 살레 대학 교수인 리처드 헤이드리안은 SCMP에 "사라 두테르테가 필리핀 권력의 새로운 중심축이 되고 있다"며 "그를 둘러싼 권력 집중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리아 아로요 전 필리핀 대통령. 

두테르테의 측근인 판필로 락손 상원의원은 필리핀 GMA뉴스에 "사라 두테르테는 차기 지도자로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라며 "그는 강한 의지와 단호함, 진보적 견해와 좋은 리더십을 갖고 있다"고 극찬했다.

한때 부패 혐의로 수감됐다가 최근 하원 의장으로 정계에 복귀한 글로리아 아로요 전 대통령도 ABS-CBN에 "두테르테 대통령의 자녀들은 정치에 매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사라 두테르테 시장은 중요한 국가적 인물이 될 것이다. 그는 떠오르는 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