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보글

자본소득vs노동소득 월급쟁이는 부자가 될 수 없다.

  인류는 언제나 평등한 사회를 꿈꿔왔다. 이는 역설적으로 사회가 평등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인류의 역사를 보더라도 ‘평등’한 사회를 이루고자하는 많은 도전과 도전자들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고귀한 목숨을 잃은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그런 많은 희생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여전히 불평등하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이 ‘평등’을 부르짖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에도 여전히 많은 종류의 불평등이 존재한다. 남성과 여성, 백인과 흑인, 이성애와 동성애 등. 사실 인류의 노력으로 상당히 많은 불평등들이 개선되거나 사라지고 있고 그 격차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한 평등을 위한 인류의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았고, 지금도 평등한 사회를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런 흐름 속에서도 없어지거나 줄어들기는커녕 점점 커지는 불평등이 존재한다. 바로 ‘부의 불평등’이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13년 12월 불평등의 확대 및 계층간 이동쇠퇴 현상이 심화되는 것을 보고 “우리시대의 명백한 도전”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미국에서조차 불평등은 큰 고민거리이다. 







  얼마전 OECD에서 발표한 ‘OECD회원국의 소득불평등도 추이’를 살펴보면 부의 불평등도가 얼마나 심화되고 있는지 확인해 볼 수 있다.
















  OECD는 1985~2013년 기간 동안 22개국의 소득 불평등 추이를 조사했다. 조사결과, 조사 대상인 22개의 OECD 국가 중 터키를 제외한 21개의 국가에서 현상을 유지하거나 소득불평등도가 더욱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대부분의 OECD 회원국들의 소득불평등 추이는 확대되는 추세에 있으며, 신흥국가들은 경제성장으로 절대적 빈곤층이 감소하고 중산층이 두터워졌으나 일부 국가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사라지고 소득불평등이 확대되고 있다고 세계경제동향을 보았다.







  또한 이러한 소득불평도가 심화되는 원인을 몇가지 언급하기도 했는데, 경제의 글로벌화 및 기술진보, 노동과 자본 간 소득분배 격차 확대, 동일 계층간 결혼문화, 비정규직 비중 상승, 재분배 정책의 약화 등을 그 원인으로 꼽았다. 특히 진보된 기술에 따른 기술수준별 노동수요의 변화에 따라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 기술 수준에 따라 임금격차가 확대된다고 보았다. 또한 기술 발전에 따라 사람을 고용하여 하던 일들을 자본으로 대체하면서 노동 소득 분배율이 하락한 것이 소득불평등의 주된 원인으로 보았다. 실제로 1990년 초반 OECD 평균 노동소득 분배율은 66.1%였으나 2000년대 후반에는 61.7%로 하락하였다. 이런 노동 소득 분배율 하락의 약 80%정도가 기술발전에 의한 자본의 일자리 대체로 인한 것으로 OECD는 보고 있다. 







  경제학에서는 소득불평등 심화를 OECD와 같이 기술 진보를 주된 원인으로 꼽는다. 기술이 진보하면서 새로운 기술에 대한 숙련된 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고 숙련도에 따라 임금차이가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AI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로봇 업무자동화가 점점 확대되고 있으며 기존에 인간이 하던 단순노동은 점점 기계로 대체되고 있다. 그 결과 단순 노동을 하던 미숙련 노동자들의 일자리는 점점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남은 일자리는 기업의 최고경영자와 같은 고숙련 직업과 미용사, 요리사 등과 같은 저숙련 비일상적 업무만이 남게된다. 비숙련 업무 중에서도 일상적 업무만을 행하던 직업들은 모두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주류경제학에서는 이런 논리를 가지고 소득불평등 문제를 다룬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나는 조금 생각이 다르다. 소득불평등 문제, 다시 말해 빈부격차 심화의 문제는 기술 진보와 기술 진보를 뒷받침 할 교육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이 사회의 룰, 즉 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근로소득자 수는 1660만명 정도로 일을 하지 않는 가정주부나 노년층, 아이들을 제외하면 굉장히 높은 비율이다. 이런 근로소득자들을 자신들의 근로소득에 따라 근로소득세를 내게 된다.













우리나라 세법에 따르면, 근로소득세의 과세표준은 최소 6%에서부터 최대 38%까지 세율이 적용된다. 근로소득을 받는 사람들은 이 세율에 모두 적용받아 세금을 납부하게 되는 것이다.







  반면에, 법인세율을 살펴보도록 하자.
















법인세율은 2억이하는 10%, 200억을 초과할 경우엔 22%로 10-22%의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근로소득세와 단순비교하여도 비율자체가 적다. 비율만 작은 것도 아니다.







  정부는 복지지출이 많아지면서 세수 부족에 대한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는 면세법인의 비율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경제개혁연구소가 발표한 ‘법인세 실효세율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법인세 신고 의무 기업 55만여개 가운데 실제 법인세를 납부한 법인은 29만290곳(52.7%)에 그쳤다. 나머지 절반 가량(47.3%)이 법인세를 한푼도 내지 않은 것이다.  물론 이러한 수치 증가에는 불황으로 인한 좀비기업이나 적자기업 등의 수가 늘어난 것도 한 몫하겠지만, 문제는 세전이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인세를 내지 않는 기업이다. 여기에는 정부의 고용창출, 연구개발(R&D)투자에 따른 세액공제 혜택과 같은 법인세 감면 제도가 크게 한 몫하고 있다. 고용 창출을 하기위해 정부에서 기업들에게 세제혜택을 주어 고용을 많이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제도 자체가 좋다 나쁘다라고 논하기는 어렵지만, 정책의 방향성이 법인에게는 세율을 낮추고 개인에게는 세율을 높이는 쪽으로 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보인다.







  법인세율 뿐만이 아니다. 자본소득에 대한 세율도 낮다. 기업의 소유권은 주식으로 나뉘어있고, 기업의 이익은 기업의 소유권을 지닌 주주에게 돌아간다. 이러한 주주들은 주식을 통해 받게되는 배당금이나 주식을 사고파는 양도를 통해서 소득을 얻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배당금 문화가 거의 미미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주식을 통한 수익 창출은 양도를 통해서 이뤄진다. 이를테면, 1000원에 산 주식이 2000원이 되면 그 주식을 매도하여 1000원의 이익을 얻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이러한 주식을 통한 차익에 대해 거의 과세를 하지 않는다. 거래세 명목으로 거래액의 0.3%를 내면 사실상 거의 대부분의 일반투자자들에게는 양도소득세가 없다. 다시 말해 1000원 산 주식을 2000원에 팔아 1000원의 이익을 보면, 여기에 0.3%(증권사수수료는 별도)인 3원만 내면 997원이 고스란히 내 이익이 된다. 세금을 거의 내지 않는 것이다. 







  주식투자자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집을 가지고 임대소득을 올리는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주택임대소득에 대한 우리나라의 과세체계는 일단 임대사업 신고가 의무가 아니라 임의이다. 즉 집주인이 임대사업자 하고싶으면 신고하고 안하고 싶으면 신고하지 않는 것이다. 또한 1주택자, 2주택자, 3주택자이상에 따라 각각 다른 세율을 내게 되는데 사실상 집주인의 자발적 신고에만 의존하고 있어 이마저도 구멍이 많다. 근로소득을 올리는 사람과 자본을 가지고 소득을 창출하는 사람사이에 과세비율이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이다. 실제로 보통 근로소득자보다는 자본소득자들이 많은 부를 가지고 있음을 고려하면, 무언가 잘못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니 나 뿐만 아니라 미국의 부자들도 생각이 나와 같은 것 같다. 세계적인 투자자이며 막대한 부를 벌어들인 워렌 버핏은 미국 상위 1%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거둬야한다며 자신과 같은 사람들은 세금을 더 낼 의사가 있다는 공개적으로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워렌 버핏은 뉴욕타임스에 <슈퍼부자 감싸기 정책을 중단하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서, 2010년 자신이 낸 소득세는 17.4%임에 반해 자신의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소득세는 33~41%라고 말했다. 이런 세율체계가 정당하지 않다고 생각한 버핏은 배당과 자본이득이 1백만달러 이상인 사람들의 세율을 인상하고 1천만 달러 이상인 사람에게는 초과세율을 부과해 미국의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하자고 제안했다. 세금을 어떻게든 안내려고 피하는 부자들과 달리 세금을 부과하는 법 자체가 잘못 된 것 같으니 법을 고쳐서 세금을 더 걷어가 달라고 말한 것이다. 







  많은 소득을 올리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낮은 비율을 적용하고 근로소득자에게는 높은 비율을 적용하여 많은 세금을 거둬들이는 현재의 시스템. 오바마 대통령 역시 이러한 과세체계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경제성장과 적자감축을 위한 방안(The President's Plan for Economic Growth and Deficit Reduction)을 통해 버핏세(Buffett Rule, 버핏룰) 도입을 시도했다. 하지만 슈퍼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무효가 되었다. 일부이긴 하지만 막대한 부를 가진 부자들이 더 세금을 거둬갈 것을 요구하고, 행정부에서도 세금체계를 바꾸려고 시도했지만 실패한 것이다. 







  나는 주류경제학에서 말하는 기술진보와 교육문제가 빈부격차를 낳는 것이 아니라 법과 제도 같은 사회 시스템이 빈부격차를 벌리는데 일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법과 제도의 존재이유가 인류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데 목적이 있다면 이러한 법과 제도는 고쳐져야 한다. 법에 정해진 세금을 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법에 정해진 세금을 모두 냈다고 해서 그걸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법 자체에 대한 판단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사회적 강자라는 점을 상기하면 법 자체의 형평성을 다시한번 살펴보아야 할 때이다.